발견된 철솥 모습. 철솥 내부에서는 청동 향로와 촛대, 금강저 등 고려시대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나왔다. 경주시 제공신라시대에 창건된 사찰인 경주 흥륜사 터 인근에서 고려시대 공양구부터 금동불상까지 다양한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흥륜사 터 인근에서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조사 도중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에 이르는 사찰 건물지와 담장지, 우물 등의 유적과 청동 공양구 등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흥륜사(興輪寺)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 칠처가람(七處伽藍) 중 하나로, 고구려 승려 아도(阿道)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지고 있다. 이차돈의 순교로 중창돼 국가 대사찰로 유지되다가 조선시대에 불에 타 소실됐다.
발굴된 청동 공양구 모습. 경주시 제공흥륜사가 있던 자리는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경주 흥륜사지(興輪寺址)'로 지정돼 있지만, 사찰 주변에서 '영묘지사(靈廟之寺)'라고 적힌 기와가 다수 수습돼 학계와 지역에서는 '영묘사지'로 보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에 이르는 기와, 토기 조각을 비롯해 청동 공양구 등을 넣은 철솥이 확인됐고,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과 '영묘사(靈廟寺)'로 추정되는 글자가 적힌 기와 조각 등이 출토됐다.
특히 철솥 내부에서 다양한 형태의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가 확인돼 주목을 받고 있다.
철솥은 지름 약 65cm, 높이 약 62cm 크기로 외부에 손잡이 4개가 달려 있다. 안에는 작은 기와 조각들이 섞여 있는 흙이 30cm 정도 차 있었고, 그 아래에서 청동 향로와 촛대, 금강저 등 고려시대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나왔다.
출토된 금동불상 모습. 경주시 제공지금까지 육안으로 확인한 유물은 모두 54점이며, 일부 유물은 부식돼 철솥 바닥에 붙어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면 더 많은 유물이 확인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수습한 청동 유물과 철솥 등이 화재나 사고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곳에 모아 묻어둔 유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고 더 면밀한 분석을 위해 모두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옮겨 과학적 보존처리와 심화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동 유물이 한꺼번에 출토된 사례는 창녕 말흘리 유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이 있지만,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수량이 월등히 많아 앞으로 관련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