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기자폭염경보가 발효된 경북 포항에서 산림 풀베기 작업을 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포항시와 산림조합 등 사업주최의 무관심과 업체의 작업 강행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40대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 24일 포항시 북구 기북면 야산 숲가꾸기 사업에 작업인부로 참여했다. 예초기로 풀베기를 하던 A씨는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작업중 쓰러졌고, 심정지 상태로 소방헬기로 후송됐지만 오후 1시 40분쯤 결국 숨졌다.
사고 난 당일 포항의 낮 최고 기온은 33.6도까지 치솟았고,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구조 당시 A씨의 체온은 1차 측정에서 38.5도, 2차 39.9도로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와 이주노동차 노동조합,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 등은 28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포항시 등이 폭염속에서 일어날수 있는 위험을 이주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포항시 관급공사 현장임에도 포항시, 산림조합, 입찰업체 등 누구도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한적이 없고, 현장을 방문하거나 점검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또, 현장에는 그늘막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시설도 없었고, 당시 노동자들은 '지금껏 일한 곳중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 작업 조건이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이춘기 센터장은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이 산업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사람들인데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냥 진짜 노동력 이용해야 될 물건같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사고로 이어질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위원장은 "정부와 사업주의 무책임한 태도, 차별적이고 미비한 법제도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땅에 죽으러 오지 않았다. 생명과 안전을 지키이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포항은 지난 22일부터 폭염경보가 발효중이다. 기상청홈페이지 캡쳐사고가 난 현장은 포항시 2025 숲 가꾸기-북구 조림지가꾸기 사업으로 포항시산림조합이 대행하고 있다.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 B업체가 낙찰 받아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B업체 측은 풀베기 사업은 '시기사업'인 만큼, 기한 내 공정을 마쳐야 해 폭염에도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공기가 있으니 공기 안에 끝내야 한다"면서 "7월 말~8월 초는 대부분 폭염이다. 폭염이 내릴때는 일을 하지말라고 명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그늘막이 없었다고 하는데 사람이 1시간 걸어서 겨우 가는 곳에 천막을 설치하라는 게 말이 되냐"면서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발주처인 포항시산림조합은 '폭염 등으로 업체가 공사 중지 요청을 하면 승인하고 있으며, 공사기한도 연장해 준다'고 밝혔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풀베기 사업이 시기사업으로 7~9월 발주한다. 시기 사업이라서 늦게 하거나 일찍할수 없다"면서 "하자만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공사강행하라고 하지 않는다. 시공사에서 공사중지 요청하면 승인 다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계약 기한 있지만 비가 오거나 폭염이면 요청만 하면 공사기한을 연기한다"고 설명했고, 포항시는 "사업 전반을 산림조합에 일임을 했고, 안전관리 철저히 하라고 수차례 당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작업 현장 방문 등 현장 안전관리는 이뤄지지 않아 발주처의 무관심과 업체의 공사 강행이 외국인 근로자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비난은 피할수 없어 보인다.